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9. 2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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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孤高) - 김종길 -

 

북한산(北漢山)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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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규희

 

 

넉넉한 품 다 열어 놓고

산은 언제나 나를 맞아준다

송진처럼 끈적이는

핏줄 한데 엉기고파

한 뿌리 깊이 내리고

가지 뻗는 소나무.

 

산과 친하고 싶어

사람들 오르지만

마음 다 비울 수 없어

내려갈 수밖에 없네

눈감고 빈손으로 묻히는 날

비로소 산이 되리.

 

속 깊은 바다라 하고

눈 높은 산이라지만

말없이 품어주는

꿈도 높은 산이라네

길어야 百年 人生

산의 품에 안기리.

 

산울림 목청 고운

터 닦아 앉은 자리

원적산 바라보며,

千年 萬年 눌러 살며

새소리 은구슬 굴리면

솔빛으로 솟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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