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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孤高) - 김종길 -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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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 경규희
넉넉한 품 다 열어 놓고
산은 언제나 나를 맞아준다
송진처럼 끈적이는
핏줄 한데 엉기고파
한 뿌리 깊이 내리고
가지 뻗는 소나무.
산과 친하고 싶어
사람들 오르지만
마음 다 비울 수 없어
내려갈 수밖에 없네
눈감고 빈손으로 묻히는 날
비로소 산이 되리.
속 깊은 바다라 하고
눈 높은 산이라지만
말없이 품어주는
꿈도 높은 산이라네
길어야 百年 人生이
산의 품에 안기리.
산울림 목청 고운
터 닦아 앉은 자리
원적산 바라보며,
千年 萬年 눌러 살며
새소리 은구슬 굴리면
솔빛으로 솟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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