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 송찬호 -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 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오래 쓰다 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 보는 것이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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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꿈의 변주 /정공량
혀짤린 비명 하나
안개 속에 떠오른다
멀어지길
까닭없이,
강물되어 흘러가길
신호등 불빛 아래서
우리들은 멈춰있다
해체와 와해의 벌판
바람들만 떨고 있다
발목잡힌 시간의 뼘
웃자란 공복의 키
무너질 내일의 벽에
쾅쾅 힘을 던진다
절망의 씨앗들이
눈꽃처럼 흩어진다
허망의 절벽 위로
별 하나를 그리며
가야할
더 많은 날의
서릿발 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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