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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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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有感 /김 상 선
가만, 들어봐 빗소리만이 아니야
情을 나누는 나무와 山의 대화야
오늘은 사랑이 터진
산과 나무
그리고
비…
알겠어, 形形色色의 고운 나무의 治粧
한 평생 고마운 山 지아비에 바치는 듯…
이 가을
부끄러워라,
난 홀로 물든
단풍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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