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2. 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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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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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강 신계우

 

비어서 넉넉한 웃음소리 떠뜨린다

씻겨지고 닳아서 잃은 하늘 찾아내

갈대의 가슴을 밝힌 종소리에 기댄다.

 

맨살의 언어들이 순한 발음을 낸다

한 웅큼 물에도 드러난 하얀 뿌리

티 없는 천 길의 깊이 무게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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