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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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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강 신계우
비어서 넉넉한 웃음소리 떠뜨린다
씻겨지고 닳아서 잃은 하늘 찾아내
갈대의 가슴을 밝힌 종소리에 기댄다.
맨살의 언어들이 순한 발음을 낸다
한 웅큼 물에도 드러난 하얀 뿌리
티 없는 천 길의 깊이 무게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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