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민요를 작곡했던 포스터는 아내 제니와의 이별, 남북전쟁의 혼란 속에서 음악의 샘이 말라 폭음으로 고통을 잊으려 했지만 마침내 알콜중독과 결핵, 가난으로 불행한 운명을 걷게 된다.
스와니 강, 켄터키 옛집, 금발의 제니, 오 수재너, 올드 블랙 조 등 주옥같은 미국의 민요들이 스티븐 포스터라는 젊은이에 의해 작곡되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노래의 가사도 모두 그가 작사했으며 그의 생애가 얼마나 비참했는지를 아는 사람을 흔치 않다.
스티븐 콜린스 포스터는 미국독립기념 50주년이 되는 1836 년 7월 4일 부유한 지방 명사의 일곱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곳은 지금 피츠버그 시 근교 벤 아베뉴라고 부르는 언덕 위의 하얀 저택이었는데,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세가 기울어 그가 네 살 되던 해에는 이 저택도 남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일곱으로 줄어든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만 했는데, 어린 스티븐도 이곳 저곳으로 학교를 옮겨 다녔다. 학교도 사람도 싫어진 고독한 소년에게 구원의 손길은 오로지 플룻으로 익히는 음악뿐이었다. 어느 악기점 주인으로부터 음악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오로지 영감을 통해 노래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스티븐의 운명을 결정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뉴욕의 토요신문인 '뉴밀러'지에 그의 가곡이 실린 것이다.
그는 결심한 듯 학업을 포기하고 음악 그룹을 조직해서 작곡 발표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이때 오 수재너, 루이지애나 미인 같은 곡들이 나와 미국 각지로 번져갔다.
가곡 작곡가로 선망의 대상이 된 그는 유명한 '금발의 제니'로 노래 불러진 '제니'와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된다. 그녀와의 결혼은 그의 앞날을 보랏빛으로 보이게 했다. 이윽고 외동딸 마리온이 태어난다. 시골 경마, 넬리 브라이, 스와니 강 등 36 편의 주옥같은 노래가 결혼 후 2 년만에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도 포스터 내외는 결혼한지 3 년째부터 별거하다가 결국 헤어지게 된다. 포스터는 보다 넓은 활약의 터전을 찾아 뉴욕으로 떠나지만 때마침 남북전쟁이 터져 국토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고, 음악적 영감이 고갈되어 노래의 샘이 말라 버린다.
그는 고통을 잊기 위하여 폭음하다 마침내는 알콜중독자가 되어 버린다. 더구나 기온의 격차가 심한 뉴욕은 결핵성이 있는 그의 건강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포스터의 비참한 모습을 뉴욕의 어느 악기점 여점원이었던 파크 허스트 듀어 여사가 회고담으로 기록에 남겨 두었다.
어느 날 인생에 지친 듯한 사나이가 악기점에 들어왔다. 마침 손님도 뜸해서 한곳에 몰려 있던 점원들이
"스티븐도 말씀이 아니군."
하면서 그 사나이를 비웃었다.
"스티븐이라니, 누구 말이죠?"
여사는 남자점원에게 물었다.
"왜 거 있잖아, 스티븐 포스터, 하지만 이젠 떠돌이니까 가까이 가지 말아요."
그러나 포스터의 가곡을 애창해 왔고 기회가 있으면 그 작곡가를 만나고 싶어 했던 여사는 그 초라한 모습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힘주어 말했다.
"아녜요! 저는 가까이 가겠어요. 저분은 다정하게 해드릴 사람이 필요할 거예요."
여사는 말을 건넸다.
"포스터 선생님이신가요?"
"그렇소이다. 스티븐 콜린스 포스터의 산송장입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산송장이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누가 뭐래도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정말 기뻐요."
포스터는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을 옷소매로 훔쳤다.
"용서하시오, 체면없이 눈물을 흘린 것을. 그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들어 보기는 너무도 오랫동안 없었던 일이라서."
그리고 그는 숙녀 앞에서 옷차림이 남루한 점을 신사답게 사과했다.
"아녜요. 제가 뵙고 싶었던 건 선생님이세요. 옷차림이 아닙니다."
여사는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
이 일이 있은 한 달 후, 1864 년 1월 10일 오후, 알콜과 결핵으로 싸구려 여인숙에 누워서 새해를 보낸 포스터는 때가 밴 몸을 닦기 위해서 욕조로 갔다. 욕조에 물을 받고 옷을 벗으려는 순간 현기증이 일어나 머리를 욕조에 부딪쳐 쓰러졌다. 낡은 유리욕조가 깨지면서 그의 경동맥을 끊고 말았다. 빈사 상태의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흘 후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가 남긴 지갑에는 현금 몇 푼과 다음과 같은 글이 적힌 종이쪽지가 들어있었다.
'Dear Friends, and gentle hearts: 다정한 친구, 그리고 따뜻한 마음’
작곡가는 자동차 운전수와 심부름하는 소년이 휘파람 불 수 있는 곡을 지어야 한다. (T. 비첨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