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옛날엔 호랑이 담배필적 토끼가 방아 찧고 하늘 길 콩나무엔 재크도 살았는데 요즘은 어디서 듣나 정에 겨운 얘기들. 우는 애 달래려고 곶감을 쥐어주면 창밖의 호랑이가 놀라서 달아나던 할머니 옛이야기도 기억에 가물가물. 은하수 건너가는 쪽배에 올라타고 밤하늘 별을 헤던 꿈이 많은 그 애는 얼굴에 주름이 져도 마음만은 어린애다. 현대시조 2020.11.25
삼각산 삼각산 북한산(北漢山) 요지마다 솟아난 세 봉우리 백운대(白雲臺) 인수봉(仁壽峯)과 만경대(萬景臺)가 거기고 무학(無學)이 길 잃은 곳을 비봉(飛峰)이라 이른다. 천애(天涯)의 절벽위에 노송(老松) 홀로 푸르다 수직 벽 적신 물이 계곡에 넘쳐나고 한(恨)서린 애국충정(愛國忠情)이 바위되어 굳었다. (김상헌의 시에 ‘가노라 삼각산아’ 가 있음) 현대시조 2020.11.24
짝사랑 짝사랑 오가다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지고 그 집 앞 지나갈 땐 가슴도 두근두근 어디서 보고 있을까 가다가도 돌아보고. 옆으로 지나칠 땐 눈앞이 캄캄하고 살며시 웃어주면 공중에 뜬 것 같아 오늘도 찾아가보는 언덕배기 골목길. 현대시조 2020.11.22
쉼 쉼 쉼 없이 돌아가는 냉정한 기계 소리 인간은 그 소리를 눈으로 들어 안다 혹여나 멈칫한 순간 빨간 색의 경고등. 인간은 잠시라도 쉬기를 원하지만 무정한 저 기계는 방심하지 않는다 기계의 노예된 자리 자의식을 버린다. 현대시조 2020.11.16
노동의 새벽 노동의 새벽 동녘이 밝아온들 해는 뜨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소음 기계들의 다그침 그 소리 듣는 자만이 시작을 볼수있다. 어눌한 한국어에 티가 나는 외모는 놀리듯 돌아가는 기계의 부품이다 아저씨, 한마디 말에 희망을 걸고있는. 시급이 팔천여원 생각도 못한 일당 얼굴에 여유있는 인간의 선심이다 그래도 목을 매다는 수많은 집단있다. 현대시조 2020.11.14
10분 10분 하루는 24시간 한 시간은 육십분 그중의 육분의 일 그것이 십분인데 모르고 살던 순간이 거기에 숨었더라. 두 시간 일을 하고 십 분을 쉬라는데 십 분이 고마운 걸 이제서야 알았다 시간의 새로운 의미 새로 태어나는 나. 현대시조 2020.10.26
새 직장의 아저씨 새 직장의 아저씨 생소한 호칭하나 아저씨 부름이다 이십대 부터인가 직함에 붙은 님자 과장님 부장님에다 국장님 이랬는데. 칠십이 내년인데 듣기가 이상하다 그 탈을 벗어야 해 혼자서 다짐해도 그동안 쓰고 온 탈이 너무나도 버겁다. 버리면 이긴다니 버티어 보겠지만 생소한 환경 속에 가끔은 힘이 든다 먹고자 이런다면은 포기하고 말겠다. 현대시조 202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