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 문(門) 허공을 가른 벽에 구멍이 뚫렸으니 누구는 들어가고 누구는 나가더라 문틀은 하나뿐인데 생각들은 다르다. 어디가 밖(外)이고 어디가 안(內)이 되나 벽 하나 서있어도 통함은 여전한데 사람들 생각 속에서 안과 밖이 갈리더라. 현대시조 2021.08.18
호의와 당연 호의와 당연 천원에 한 개 짜리 호떡을 사먹으며 이천원 건네주고 힘내라 격려하자 상인은 고맙다면서 감동하는 듯 했다. 그 후로 몇 번인가 이천원을 줬는데 오늘은 정색하며 삼천원을 달란다 가격이 천원 올라서 더 받아야 한다고. 현대시조 2021.08.16
가을 초입 가을 초입 연초록 벼이삭에 서서히 물이 들자 풀죽은 망촛대 옆 접시꽃 시들었다 목이 쉰 매미소리가 안쓰럽게 들리고. 세월을 이긴 장사 없다고 하더라만 기세가 등등하던 여름도 한철이다 모두 다 지나가리라 진리한줄 새긴다. 현대시조 2021.08.14
망초 꽃의 독백 망초 꽃의 독백 요래도 꽃 인디요 명색이 꽃이어라 어째서 나를 보면 소 닭 보 듯 한다요? 내 향기 맡지 말아요 깊이 감춰 둘래요. 아무리 그랬싸도 나도 꽃인 개비요 향내도 없는 듯이 풀처럼 서 있는디 어느새 벌님 네들이 알고 찾아 와부요. 현대시조 2021.08.13
단란(團欒) 단란(團欒) 노부부 마주 앉은 소박한 밥상위에 잘 구운 고등어가 오랜만에 올랐다 이것 좀 자셔 보시요 요즘 맛이 좋아요. 아니여 당신 먹어 당신 좋아 허잔여 영감님 손사래에 머쓱해진 마나님 어느새 영감 수저에 생선살이 올랐다. 고것 참 맛이 있네 당신도 맛 좀 봐요 서로가 먹으라며 밥그릇이 비는데 밥상 위 생선구이는 반쯤이나 남았다. 현대시조 2021.08.12
동반(同伴) -등긁기 거그요 거그거그 아니여 쪼끔 밑에 여그? 여그 맞제 그래 그래 거그요 영감은 걱정이 많다 나 없으면 어쩌까. -무호흡 영감이 코를 골다 푸하고 숨을 쉰다 멈추고 한참 만에 또 푸하고 내쉰다 할멈은 걱정이 많다 저러다가 갈까 봐. 현대시조 202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