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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하얗게 익은 곶감 부연(附椽)끝에 달리면감나무 가지마다 요란한 풍경(風磬)소리까치가 태양을 물고 미리내를 건넌다. 솟구친 폭포수가 구름이 되어 지면황금빛 고래들이 산을 타는 깊은 밤 듬성한 대숲 속에서 장승(長栍)들이 빗질하고. 답답한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오다해우소 찾은 길에 비로소 대통(大通)하니돌 벅수 득음(得音)한 소리 일체가 유심조(一切唯心造)라.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벅수: 마을 어귀, 다리 또는 길가에 수호신으로 세운 사람 모양의 형상)

현대시조 2025.01.18

육담(肉談). 대단한 공처가

아내를 두려워해 꼼짝 못하는 장군이 있었다. 하루는 자신이 거느리는 병사들 중에서도 자기처럼 아내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가를 알아보고 싶었다. 곧 교외 넓은 마당 양편에 붉은 깃발과 푸른 깃발을 세워 놓고 부하 병사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호령했다."병사들은 들어라! 너희들 중에서 아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붉은 깃발 아래에 갓 서고, 아내가 두렵지 않은 사람은 푸른 깃발 아래에 가서 서라."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몰려가 모두 붉은 깃발 아래에 가서 서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병사만 푸른 깃발 아래에 가서 외로이 서 있었다."저것 봐라. 아내가 두렵지 않은 사람도 있긴 있단 말이지?"이렇게 중얼거리며 장군은 푸른 깃발 아래 홀로 서 있는 병사 앞으로 나아갔다."이 사람아,..

해학과 재치 2025.01.18

육담(肉談). 삼외(三畏) 선생

선비 한윤(韓閏)은 자기가 거처할 집을 한 채 짓고 친분이 두터운 조(趙) 선생에게 그 건물에 붙일 이름인 당호(堂號)를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조 선생은 웃으면서,"그러지. 내 평소 자네를 살펴보니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였어. 그러니 자네 새집의 당호는 '삼외(三畏: 세 가지 두려움)'로 하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윤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되물었다."아니, 나에게 세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니 그게 무언가? 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데"이에 조 선생은 크게 웃고 그 세 가지 두려움을 설명했다."그래? 내 설명하지. 아내가 늙고 병들어 때가 낀 얼굴에 주름진 손, 그리고 너풀너풀한 해진 옷을 입고 머리에 무명 수건을 두른 채, 멀리 또는 가까이..

해학과 재치 2025.01.17

매창공원을 가다

매창공원을 가다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님아직도 잊지 못해 눈(目)물 짓고 계시는가초라한 무덤가에는 반쯤 녹은 눈(雪)물이. 사무친 그리움은 아직도 그대론가눈 덮인 봉분(封墳)아래 눈(雪)물이 흐르는데길손이 머무는 자리 겨울바람 차갑다. 황진이(黃眞伊) 무덤 찾은 백호(白湖)의 마음으로매창(梅窓)의 상석(床石)위에 술한잔 올릴까나아니다, 님을 향한 마음만 남겨두고 떠나리.---------매창공원: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시대 여류문장가부안 기생 이매창을 추모하여 조성한 공원부안읍 서외리에 있음. 임제 (林悌, 1549 –1587) 조선조 문장가 , 시인본관은 나주. 자는 자순(子順), 호는 백호황진이 무덤에 술잔을 올렸다 해서 파직당함.

현대시조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