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말의 어원 53

임기종 2016. 3. 4. 07:36
728x90

면목(面目)

, 체면, 남에게 드러낼 얼굴' 등을 가리키는 말인 '면목(面目)'은 불교에서 전래한 말로, 본래의 참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래 면목은 사람마다 다른 게 아니고, 누구나 지니고 있는 '불성(佛性)'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므로 '면목을 지킨다', '면목이 선다'라는 말은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고 지킨다, 불성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다.

출처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모꼬지

모꼬지는 대학가에서 서클동아리로 바꾸고, ‘모임모꼬지란 예스런 말로 바꾸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쓰인 어휘다. ‘모꼬지표준국어대사전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로 풀이되어 있다. ‘모꼬지는 최근에 만들어낸 단어가 아니다. 이미 한불자전(1880) 한영자전(1890), 국한회어(1895)못거지로 등록되어 있고,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1920)에도 역시 못고지연회’(宴會)의 뜻으로 실려 있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부터 모꼬지로 나타나는데, 모꼬지는 조선어학회의 큰사전(1947-1957), 이희승의 국어대사전(1961) 등에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그래서 20세기의 30년대부터 못거지못고지모꼬지로 변화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끔 목거지로도 나타났는데,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마돈나 지금은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야 돌아가려는도다목거지의 해석을 놓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음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못거지못고지든 또는 모꼬지든 이 단어가 모임을 뜻하던 우리 고유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이것이 더 이상 작은 단위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못고지모꼬지를 기껏해야 +꼬지로 분석하거나 ++고지등으로 분석하려고 할 것 같은데,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모꼬지이외에 먹거지란 단어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벌이는 잔치란 뜻으로 실려 있어서, ‘모꼬지먹다와 연관된 +거지로 분석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현진건의 무영탑(1938-1939)에는 모꼬지먹거지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의 먹거지는 작가가 모꼬지먹다와 연관시켜 의도적으로 표기한 것이거나, 아니면 편집인이 모꼬지의 뜻을 모르고 먹거지로 잘못 고친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어서, ‘모꼬지+거지로 분석한 것은 잘못인 셈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먹거지를 사전에 등재시킨 것도 물론 잘못이다. 여하튼 모꼬지먹거지의 변화형도 아니다.

금성의 사랑에는 거의 밤마다 먹거지가 벌어졌다. / 혼인날에도 다른 제자보다 오히려 더 일찍이 와서 모든 일을 총찰하였고 모꼬지 자리에서도 가장 기쁜 듯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즐기었다.<현진건의 무영탑’(1938-1939)>

모꼬지16세기의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초기의 형태는 였다.

   婚姻지예 녀러 와셔 王涯 더브러 닐오<번역소학(1517)> 쇽졀업시 몯  녀름지이 힘스믈 버거 노라 <정속언해(1518)> 복기 매 이바디 몯지예 가디 아니터라 <동국신속삼강행실도(1617)>

- + -, 그리고 ‘-는 다시 - + -로 분석된다. 그러니까 - + -’이란 복합어에 접미사 ‘-가 붙어서 가 된 것이므로 이것은 ‘(- + -) + -의 구성을 보이는 셈이다. ‘-’모이다의 뜻을 가진 동사 몯다의 어간이고 갖추다, 구비하다의 뜻을 가진 동사 의 어간이다.

諸侯몯더니 <용비어천가(1447)> 다 내게 리라<능엄경언해(1462)>

동사의 두 어간이 합친 복합어 -’에 명사형 접미사 ‘-가 붙어 ‘()+가 된 것인데, 표기상으로 가 된 것이다. 그 뜻은 모이고 갖추는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죽사리처럼 ‘(+ -) + -의 구성을 가진 것인데, ‘죽사리죽살다란 동사가 보이는 반면에, ‘란 동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 성조가 모두 평성인 점이 몯다-’-’의 성조가 모두 평성인 점과 그대로 일치하므로 의심할 여지는 없다. ‘에 해당하는 동사는 오히려 명사인 를 붙여 만든 가 대신하였다.

이튼나손이 친히 가샤 례라 믈읫 몯지호매 다 동이어든 나 례로 안잡류엣 사이어든 나 호로 안말라 <여씨향약언해(1518)>

17세기 초까지 쓰이다가 으로 표기되어 가 되었는데, 이 형태는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 18세기에는 어중이 된소리가 되어 가 등장하여 쓰이기도 하였다. 한편 이 가 앞의 음절 의 원순모음의 영향을 받아 원순모음인 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18세기에는 못고지로도 변화하였고 모음변이를 일으켜 못거지로도 변화하였다. 그리고 못고지가 어중에서 된소리로 되어 가 되고 이것이 오늘날의 모꼬지로 변화한 것이다. ‘못고지가 마치 못거디가 구개음화되어 이루어진 형태인 것처럼 인식되어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못거디못고디등으로 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여러 음운변화와 표기의 변화로 말미암아, ‘, 못고지, 못거지로 또는 , 또는 , , 못고디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다가 19세기 말에 못거지못고지로 되었다가 20세기에 와서 모꼬지로 통일된 것이다. 그 다양했던 표기의 몇 가지를 보이도록 한다.

에 남잡히 허비야 못야 술먹이홈이  니라 <경민편언해(1658)> 쳥 비변몯고지로 가겨서 오후 오시니 남참봉 채쳠디와 약쥬 시다 <병자일기(1636)> 오날 이 못고지가 우연티 안이일이 잇소 <원앙도(1908)> 못거지() <한불자전(1880)> 이 못가히 다시 닐외디 못디라. <형세언(18세기)> 왕손의 못디와 태슈 현녕의 잔예 동으로 보이고 <구운몽필사본(19세기)>

결국 모꼬지모이고 갖추는 일’, 모임을 갖추는 일을 뜻하는 가 음운변화를 일으켜 여러 단계의 형태로 나타나다가 오늘날의 모꼬지로 정착한 것이다. 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출처 : 국립국어원 새국어소식’ 20052월호

 

'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의 어원 55  (0) 2016.03.08
우리말의 어원 54  (0) 2016.03.07
우리말의 어원 52  (0) 2016.03.02
우리말의 어원 51  (0) 2016.02.29
우리말의 어원 50  (0) 201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