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2. 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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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零下)에서

영상(零上)으로 영상(零上) 오도(五度)

영상(零上) 십삼도(十三度) 지상(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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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명()사이 /이 전 안

 

청과 명 맛보면서

바장이는 이른 아침

흐린 머리 울적한 맘

밝혀내는 맑은 빛 하나

온 몸통

살갗에 젖어

청량하게 감싼다.

 

풀떨기 푸른 정이

손발 끝 젖어들고

잠든 꽃들마저

깨어나 웃음 띠며

밤새워

이슬 머금고

송글송글 웃는다.

 

돋아오는 아침 햇살

모두들 반겨 맞아

호박꽃 한송이도

헤픈 웃음 띠우나니

청명은

골고루 스며

은빛 관을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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