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1996년>
--------------------------------------------
나무 앞에서/전 석 종
제 운명 제가 지고
천수(天壽)를 기다린 염원(念願)
바람 앞 기울어져도
지나면 흔적(痕迹)지워
상처(傷處)난 가슴 들고도
탓 하잖는 품새이다.
거센 바람 쓸려가도
울잖는 나무련데
잔 바람만 남아서
바람결로 대신 우는
부끄러 맘 못 둬 있는
가슴 속의 자리 하나.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12.12 |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12.09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12.07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12.06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