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2. 7. 07:40
728x90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 고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文義)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 : 문의(文義)-충북 청원군의 한 마을.

 

<1974

-----------------------------------------------


사모곡(思母曲)/전 태 규

 

가랑잎 하나로 허무의 집을 짓고

몽당연필 하나로 구원의 시를 쓰며

밤마다 청산을 베고 어머님, 불러 봅니다.

 

산마루 빗겨가며 손짓하는 저 구름

바람도 숨이차서 고향 달빛 찾아드니

지붕 위 새하얀 박꽃 꿈속에서 반깁니다.

 

사랑의 문을 열면 먼 발치 그리운 꽃

다가서면 가슴 떨려 눈물 절로 나오고

어머님, 그리움 모아 연꽃으로 핍니다.

 

가을 아침 꽃잎 새로 곱게 맺힌 눈망울

두고 온 고향산천 언제 다시 찾을건가

어머님, 사립문 여시고 새벽길 가십니까.

 

시원한 마루에서 재봉틀 돌리시던

어머님 손재주에 새옷 한 벌 생겨나고

지금도, , , 달 소리 살아계신 그 모습.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2.09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2.08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2.06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2.05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