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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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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고기 / 박 옥 위
풍경(風磬) 속 양철고기 가랑가랑 독경한다
스님은 칩거하고 고운 꽃도 잠든 절간
햇살이 내소사 꽃살문 함게 졸고 있는 날
어쩌다 물을 잃고 추녀 끝에 매달려서
팔라당 팔라당 세상일을 떠났을까
날아온 되새 한 마리 까악 놀라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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