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1. 29. 07:14
728x90



사라진 손바닥 -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2004

-------------------------------------------


강심 江心/박태일

 

 

잔잔히 부드러운

결고운 비단인데

율동하는 몸짓으로 돌바윌 뚫을 줄야

촌음도 쉬지 않은 천성

유유한 흐름일레.

 

지축을 감고도는

대지의 푸른 혈관

구비마다 신비로운 조각을 새겨두고

속살을 감추기 위해

푸나무도 가꾸느니

 

바위틈 고향 떠나

떠도는 신세련만

목마른 생명마다 활기를 빚어넣고

적은 뜻 두루 모아서

바다 내음 펴고 있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2.02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1.30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1.28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1.25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