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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속 - 이하석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쇠 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 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품어 비출 때,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는
확실히 비쳐 온다.
껌종이와 신문지와 비닐의 골짜기,
연탄재 헤치고 봄은 솟아 더욱 확실하게 피어나
제비꽃은 유리 속이든 하늘 속이든 바위 속이든
비쳐 들어간다. 비로소 쇠 조각들까지
스스로의 속을 더욱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 <198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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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김수경
붉은 부끄러움을
가슴에서 맴돌리다가
저 바다 속으로
말끔히 토해버려도
밤마다
허연 달덩이처럼
그리움에 부어올라
너를 먼 발치에서만
마주보는 운명인걸
파도가 메아리되어
사랑을 각인시켜도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너와 나는
섬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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