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 19. 07:34
728x90




투명한 속 - 이하석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쇠 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 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품어 비출 때,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는

확실히 비쳐 온다.

 

껌종이와 신문지와 비닐의 골짜기,

연탄재 헤치고 봄은 솟아 더욱 확실하게 피어나

제비꽃은 유리 속이든 하늘 속이든 바위 속이든

비쳐 들어간다. 비로소 쇠 조각들까지

스스로의 속을 더욱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  <1980>

---------------------------------------------------------


김수경

 

붉은 부끄러움을

가슴에서 맴돌리다가

 

저 바다 속으로

말끔히 토해버려도

 

밤마다

허연 달덩이처럼

그리움에 부어올라

 

너를 먼 발치에서만

마주보는 운명인걸

 

파도가 메아리되어

사랑을 각인시켜도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너와 나는

섬인걸.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1.24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1.23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1.18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1.13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