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2. 1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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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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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雲住寺)의 봄 허민홍

 

밑받침 없는 운주사는

유통기한이 없다

부처로 살아 온 바위

바위로 삭아진 부처

그 틈새

참꽃은 피고

겉절이로 우는 풍경(風警).

 

일곱 기단(基檀) 북두칠성

군데군데 피는 설화(設話)

곤두선 부처마다

오금 저린 봄이 앉고

와불의

키높이 만큼

댓바람 속 뻐꾹 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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