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 도종환 -
어제 우리가 함게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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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봄의 서정
-해빙산 산행길에서
안인진 구석 찾아 능선 길을 찾아들어
잔솔밭 등줄기를 한 봉 한 봉 넘어드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기쁜 선물 되네요.
작은 봉 몇 구비가 능선 길로 이어져서
눈 녹인 바닷바람 이른봄을 감싸듯이
활기찬 동해의 물결 새봄 향기 펼치네요.
삼우봉 넘는 길에 고려 산성 돌 조각들
유구한 세월 속에 부서져서 흩어진 돌
아쉬운 무상감만을 되새기며 살폈네요.
괘방산 정점으로 내리막길 작은 봉들
잡목들 새 봄맞이 물기 오른 감각으로
새봄의 길 열어주듯 계곡 물이 맑네요.
정동진 집결지라 바닷가를 걷노라니
검푸른 동해바다 파도 소리 벗이 되어
희망의 바닷물 보며 조국애를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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