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2. 2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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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려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194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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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심상 裸木心象 신대주

 

내 몸에 붙어있는 허영의 질긴 영혼

나뭇잎 지워내는 바람의 언덕에서

허공에 한줌 먼지로 털어 내고 싶다.

 

일상의 때에 절은 알몸을 드러내어

장설을 밟고 서서 맨살이 터지는

裸木의 아픈 修行을 시작하고 싶다.

 

예리한 칼끝으로 살점을 저며내고

고뇌의 뼈를 갈아 당신의 자궁 속을

새하얀 목련꽃으로 꽉 채우고 싶다.

 

마르고 단단한 껍질을 뒤집어쓴

위선의 출렁거리는 호수로 가고싶다.

햇살이 출렁거리는 호수로 가고싶다.

 

바퀴벌레 우글대는 습기 찬 병동에서

꺼지는 말기환자의 눈자위를 까뒤집어

불빛을 흡혈하고있는 형광등을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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