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3. 1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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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노래 - 오세영 -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 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벼랑의 꿈>(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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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의 봄

 

구슬내 내린 물이 예 와서 손 맞잡고

영춘송 흥얼대며 사이좋게 흘러가네

둘레 산 비탈진 곳에 진달래 사태 지고.

 

잡다한 생각들로 헝클린 일상사를

백수정 맑은 물로 대끼고 헹군다면

떡갈잎 여린 순처럼 제법 윤이 돌지 몰라.

 

물 잠긴 산자락 봐 물구나무 선 채 있네

연연한 이 갈망도 부질없는 욕심일까

긴 봄날 바쁠 것 없는 햇살 혼자 졸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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