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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노래 - 오세영 -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 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蘭)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벼랑의 꿈>(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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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의 봄
구슬내 내린 물이 예 와서 손 맞잡고
영춘송 흥얼대며 사이좋게 흘러가네
둘레 산 비탈진 곳에 진달래 사태 지고.
잡다한 생각들로 헝클린 일상사를
백수정 맑은 물로 대끼고 헹군다면
떡갈잎 여린 순처럼 제법 윤이 돌지 몰라.
물 잠긴 산자락 봐 물구나무 선 채 있네
연연한 이 갈망도 부질없는 욕심일까
긴 봄날 바쁠 것 없는 햇살 혼자 졸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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