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3. 1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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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강 - 박인환 -

 

()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최후의 노정(路程)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열차에 앉아

정욕(情欲)처럼 피폐한 소설에 눈을 흘겼다.

지금 바람처럼 교차하는 지대

거기엔 일체의 불순한 욕망이 반사되고

농부의 아들은 표정도 없이

폭음과 초연(硝煙)이 가득 찬

()과 사()의 경지로 떠난다.

달은 정막(靜寞)보다도 더욱 처량하다.

멀리 우리의 시선을 집중한

인간의 피로 이룬

자유의 성채(城砦)

그것은 우리와 같이 퇴각하는 자와는 관련이 없었다.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저 달 속에

암담한 검은 강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시집 <박인환 시선집>(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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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류상덕

 

 

찬 바람이 나거들랑

너에게로 편지하마

 

여름날 땀내 나는

그리움을 다 풀어서

 

저 푸른 가을 하늘을

꼭 꼭 접어 전해주마.

 

감자 깎아 불 지피고

별을 따다 가지에 걸던

 

그날 그 깊은 밤의

물소리로 서로 울며

 

가슴에 못 박은 눈물

수를 놓아 보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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