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3. 1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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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 도

영하 이십 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 도 영상 십삼 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민음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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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권갑하

 

나는 너를 별이라 부르지 않는다

너는 내 눈물

내 안의 숨겨진 상처

슬픔의

정원에 갇혀

꼬박 밤을 지샌 꽃

 

너의 가슴팍에서 나는 죽으리라

기다림으로 생을 소진하고 싶지 않다

해질녘

야윈 내 그림자

땅에 묻고 싶지 않다

 

알몸으로 그대 앞에 서는 것

꽃향처럼 가만히

몸 속으로 이끌리는 것

움켜진

물고기처럼

달아나고 마는 것

 

열어다오,

네 깊이 감춘 벽 속의 신비를

저물어 돌아오는 어린 비비새의 꿈을

 

저 별은

너를 향한 것

오직 너를 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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