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3. 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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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이별 - 한용운 -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 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

피는 식어 가도 눈물은 더워 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바다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 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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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캔 느낌 서 벌

 

 

그대의 것도 되고, 나의 것도 되곤 하던

 

목너머 마을로 가는

나지막한

이 오솔길

 

인기척

혼자 내고 가는

항가새꽃

, 이길

 

이 길 고전(古典)의 갈피, 양켠은 율려(律呂)의 숲

 

어떤 봄 가을로 내

넘어가고

넘어왔나

 

구절초

긴 휘인 마디마디

서리 감고

넘어선다.

 

얼른 날 저물어 달 오르면 좋겠다만

시절끝 융랑찮아

난데 없는

찬바람 훽.

 

우우(愚愚), 아니 수수(愁愁)

다 탄 불

잎들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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