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이별 - 한용운 -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 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
피는 식어 가도 눈물은 더워 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바다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 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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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캔 느낌 서 벌
그대의 것도 되고, 나의 것도 되곤 하던
목너머 마을로 가는
나지막한
이 오솔길
인기척
혼자 내고 가는
항가새꽃
핀, 이길
이 길 고전(古典)의 갈피, 양켠은 율려(律呂)의 숲
어떤 봄 가을로 내
넘어가고
넘어왔나
구절초
긴 휘인 마디마디
서리 감고
넘어선다.
얼른 날 저물어 달 오르면 좋겠다만
시절끝 융랑찮아
난데 없는
찬바람 훽.
우우(愚愚)히, 아니 수수(愁愁)히
다 탄 불
잎들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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