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3. 2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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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의상 - 조지훈 -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珠簾)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 밤이 두견(杜鵑)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힌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나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古典)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胡蝶)

호접(胡蝶)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문장3>(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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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정위진

 

 

실컷 먹은 엄마젖이

입에 졸졸 흘러나는

 

아기의 배냇짓 같은

부러울 것 없는 얼굴

 

품 가득 하늘을 안고

까치집도 안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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