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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정지용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정지용시집>(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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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뜨락 -이차남
손놓고 싶지 않아도 돌아서야 할 시점
눈물이듯 한잎 한잎 추억을 떨구며
힘겹게 건너온 세월 주춤 서서 뒤돌아본다.
그리움의 향기 드리우던 은은한 시절 있었어라
철없이 물들던 혈기 마른 바람결로 다스려
우수수 나를 비우는 소리 뜰 안에 내려놓는다
몸부림친 삶의 빛깔 여운으로 남겨둔 채
마당가로 몰려다니는 그날의 음향 들으며
이제는 아늑한 적막을 발 밑에나 묻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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