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3. 3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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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길 - 신경림 -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여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 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 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 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한국문학>(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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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看月庵) 낙조 (간월도) 박상문

 

 

광대한 서해 바다

밀물 썰물 일정함은

 

지구가 하루 한 번

숨쉬기 때문이고

 

일월을

삼켰다 토함

천지 순환(循環) 때문일레

 

하루살인 하룰 살고

큰 땅덩이 몇 천년 삶

 

간월암 송림 새로

해달(日月) 회전(回轉) 쌓인 때문

 

가물한

서해 낙조도

그 숨고름 순한 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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