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4. 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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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샘 - 함민복 -

 

네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면 물 길러 가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지요.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순번이 된 집에서 물 길어 간 후에야 똬리 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고 앙금 내리는 감자는 잘도 썩어 구린내 훅 풍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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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이영도

 

소솔이

바람 따라

코스모스 길섶에 진다

애잔튼

그 모습이

끝끝내 처량쿠나

날으는

꽃 이파리도

나비마냥 곱다아

 

-

여름에 걸쳐

크고 자란 꽃일러니

하루 밤

찬 이슬에

떨어지고 마느니라

네 젊음

꽃이냥하여

서리 맞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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