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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샘 - 함민복 -
네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면 물 길러 가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지요.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순번이 된 집에서 물 길어 간 후에야 똬리 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고 앙금 내리는 감자는 잘도 썩어 구린내 훅 풍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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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이영도
소솔이
바람 따라
코스모스 길섶에 진다
애잔튼
그 모습이
끝끝내 처량쿠나
날으는
꽃 이파리도
나비마냥 곱다아
봄-내
여름에 걸쳐
크고 자란 꽃일러니
하루 밤
찬 이슬에
떨어지고 마느니라
네 젊음
꽃이냥하여
서리 맞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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