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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 - 황동규 -
걸어서 항구(港口)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 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현대문학>(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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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南窓) 이희승
햇살이 쏟아져서
창에 서려 스며드니
동공이 부시도록
머릿속이 쇄락해라
이렇듯 명창청복(明窓淸福)을
분에 겹게 누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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