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한 생원내외가 초가삼칸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녁 소금장수가 와서 하루 밤 자고가기를 간청했다. 생원은
“우리 집 방이 협소한 데다 안팍이 지척이라 도저히 재울 수가 없소”
하면서 보기 좋게 거절했다. 소금장수도 그만한 말로 물러나지 않았다.
“저도 어려운 사람이라 소금 팔아 근근이 살고 있는데 이곳을 지나가다 마침 해가 져 인가도 없고 있다고 해도 하루 밤 자는 것이 허락되지 않을진데 호랑이가 무서워 서가 아니라 어찌 이렇게 매정합니까?”
그 말을 들은 생원은 당연한 사리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생원이 안으로 들어가 밥을 먹은 후 그 처에게 말했다.
“요즘 내가 송기떡이 먹고 싶은데 오늘 밤 송기떡을 만들어 먹읍시다”
“사랑에 손님을 두고 어찌 조용히 함께 먹을 수 있어요?”
“그건 어렵지 않아요. 노끈을 내 불알에 맨 후 그 끝을 창문 밖으로 내 놓을테니 떡이 다되거든 가만히 그 끝을 쥐고 당기면 들어와서 조용히 함께 먹을 수 있지 않아요?”
그 처는 마침내 그러자고 하였다. 원래 이집 안 밖은 다만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터라 소금장수가 엿들으니 생원이 나온다. 소금장수는 누워서 자는 척하고 생원의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생원이 보니 소금장수는 이미 누워 자고 있으므로 안심하고 노끈으로 그 불알을 매더니 한끝을 창 너머로 내 놓고 정신없이 잠이 들어 코를 우뢰같이 골았다. 그 때 소금장수는 생원이 깊이 잠든 것을 알고 살그머니 일어나 생원의 불알에 맨 노끈을 풀어 가지고 자기 불알에 매어놓고 누웠다. 얼마 있으니 창밖에서 노끈을 몇번 흔들므로 소금장수는 가만히 일어나 안으로 들어가 문 앞에서 적은 소리로 속삭였다.
“여보 불빛이 창에 비쳐 혹시 소금장수가 잠을 깨 엿볼지도 모르니 불을 끄오”
“어두워서 어떻게 떡을 먹어요?”
“아무리 어둡다고 하지만 손이 있고 입이 있는데 어디 먹지 못하겠소”
생원의 처는 웃으면서 불을 껐다. 소금장수는 방에 들어가 생원처와 함께 송기떡을 먹고 또 생원 처를 껴안고 싫도록 재미를 보고 슬그머니 나왔다. 바깥으로 나온 소금장수는 곰곰히 생각하였다. 떡도 먹었겠다. 재미도 보았겠다. 여기 바랄 것은 없다. 더 있다간 탄로가 날지 모르니 에라 빨리 가버리자 소금장수는 곧 떠날 준비를 하여가지고 생원을 불렀다.
“주인장! 주인장! 벌써 닭이 울었으니 나는 떠나야겠소. 하루밤 잘 쉬고 갑니다. 후일에는 다시 만납시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떠나가 버렸다. 이제야 잠을 깬 생원은 내심 생각하기를, 닭이 울도록 어찌 아무 소식이 없을까? 떡을 하다가 잊어버리고 자버린 것이나 아닐까?, 하면서 불알을 만져 보았다. 이 어찌된 일인가 매어 두었던 노끈이 어느 사이에 풀려지고 없었다. 내가 자다가 잠결에 벗겨버렸는가? 하고 창문을 더듬 더듬 더듬어 보니 거기에는 노끈이 그대로 있었다. 옳지 떡을 해놓고 이것을 흔들어 보아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까 자는 게로구나 생각 하고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처는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이제 소금장수도 없으니 안심하고 떡이나 먹어보자하고 그 처를 깨웠다.
“여보! 나는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는데 떡은 어쩌고 잠 만 자오”
처는 눈을 뜨고 빙그래 웃으며,
“무슨 말씀을 하오? 아까 떡도 먹고 그것도 하시고는 또 뭣 하러 들어왔어요? 아까 들어와서 불을 끄고는 떡을 먹고 그것까지 실컷 하시고는 이제 또 무슨 말씀이요. 그럼 그 사람은 당신이 아니고 귀신이란 말이요?”
처는 사뭇 놀리는 조다. 그러나 생원은 더욱 의심이 깊어갔다.
“그럼 당신이 떡을 해놓고 노끈을 당겼소?”
“그러지 않고요 노끈을 당기니 당신이 들어왔지 않아요?”
대답은 하나 그 처가 곰곰이 생각하니 이상하였다. 생원은 무릎을 치면서,
“허! 그놈! 허! 그놈 소금장수란 놈이 한 짓이로구나. 그 원수 놈이 우리 집 마누라와 떡을 훔쳐 먹은 게로구나! 허 그놈”
생원은 당황해 하면서 어찌 할 줄을 몰랐다. 그 처는 민망하고 부끄러웠으므로 그 순간을 모면할 도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웃으면서,
“그래서 그런지 이상합디다. 운우의 재미를 볼 때 그놈이 어찌나 크고 좋은지 전과 다르다고 생각하였더니 그것이 소금장수의 것이었던가 보군요.”
생원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교수잡사(攪睡雜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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