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절의 상좌(上座)놈이 자기의 스승인 중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웃에 사는 젊은 과부가 저에게 절 뜰 안에 있는 감을 스님이 혼자 잡수시냐고 묻기에 그렇지 않고 모두 나눠 먹는다고 했더니 그 부인이 자기도 좀 달라고 하더군요."
이 말을 들은 중은 대단히 기뻐하며 감을 그 여인에게 보내 주라고 명했다. 상좌놈은 감을 모두 따서 자기 부모에게 바친 후 스승에게 또 말했다.
"그 여인이 대단히 감사하다고 하면서 재를 올릴 때 떡도 먹고 싶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중은 또 떡을 보냈다. 그러나 이 떡도 상좌놈 부모 입으로 모두 들어갔다. 상좌놈은 또 중에게
"그 예쁜 과부여인이 스님을 꼭 뵙겠다고 그러던데요"
라고 거짓말을 했다. 중은 하도 반가워서 날짜를 정하여 만나기로 했다.
상좌놈은 과부의 집에 가서 자기 스승이 폐(肺)를 앓고 있는데 의사의 말이 여인의 신발을 따뜻하게 해서 가슴에 대면 낫는다고 하니 신발 한 짝만 빌려 달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과부는 선뜻 자기의 신발 한 짝을 내주었다. 신발을 얻은 상좌는 절에 돌아와 문밖에서 중이 있는 선실(禪室)을 몰래 들여다보았다. 중은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자리를 깔아놓은 후 웃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여기 앉고 그녀(과부)는 저기 앉고 내가 그녀에게 음식을 권해 먹은 후에 여인의 손을 잡고 들어가서 은근한 재미를 보게 되겠지."
이때 상좌놈이 문을 왈칵 열고 들어와 신발을 던지며 말했다.
"일은 모두 끝났습니다. 내가 그 여인을 데리고 문에 이르렀는데 스님의 하는 짓을 보고는 여인이 크게 노하여 너의 스승은 미쳤구나 하면서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뒤쫓아갔으나 미치지 못하고 그녀가 버리고 간 신 한 짝만 이렇게 주어 왔습니다."
중은 머리를 푹 숙이고 뉘우치면서 말했다.
"너는 내 입을 쳐 달라."
상좌는 곧 목침(木枕)을 들어 중의 입을 갈겼다.
중의 이빨이 모두 부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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