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달밤에(梅蘭菊竹)

임기종 2014. 12. 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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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梅蘭菊竹)

 

검버섯 덕지덕지 긴 세월 묻은 고목

희미한 그림자만 달빛에 어른거려

저 향기 마저 없다면 이 봄 그냥 놓칠뻔.

 

고요도 숨을 죽인 어스름 삼경(三更)인데

한지 바른 창문에 덧그려진 수묵화

지나다 멈춘 바람이 가늘게 흐느끼고.

 

봄여름 지낸 후라 찬바람 맞은채로

있는 듯 없는 듯이 살아온 세월속에

흘리는 고고한 기품 가을이 깊어 가네.

 

새벽녘 들려오는 귀뚜리 울음소리

가녀린 그믐달이 눈썹마냥 고운데

창에서 흔들거리는 대나무 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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