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仙子嶺) 바람 길 막아서서 지내온 억겁세월 굽은 허리 못 펴고 버텨온 저 나무만 한가닥 꿈을 그리며 고갯마루 지켰다. 서두르지 말라고 푹푹 빠진 발아래 잔설이 녹는 소리 가는 귀 의심할 때 선자령 하얀 봉우리가 새삼 멀어 보인다. 급하게 다그치면 못 이긴 듯 다가서고 힘들어 머뭇대면 한 발짝 물러서고 세상사 그런 것인 걸 여지껏 나 몰랐나. 흰 구름 내려앉아 환해진 이 세상에 넘치는 의욕으로 가슴이 벅차는데 눕혀진 나뭇가지는 일어설 줄 몰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