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 (仙子嶺) 선자령 (仙子嶺) 바람 길 막아서서 지내온 억겁세월 굽은 허리 못 펴고 버텨온 저 나무만 한가닥 꿈을 그리며 고갯마루 지켰다. 서두르지 말라고 푹푹 빠진 발아래 잔설이 녹는 소리 가는 귀 의심할 때 선자령 하얀 봉우리가 새삼 멀어 보인다. 급하게 다그치면 못 이긴 듯 다가서고 힘들어 머뭇대면 한 발짝 물러서고 세상사 그런 것인 걸 여지껏 나 몰랐나. 흰 구름 내려앉아 환해진 이 세상에 넘치는 의욕으로 가슴이 벅차는데 눕혀진 나뭇가지는 일어설 줄 몰라라. 현대시조 2024.01.24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아니라 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 구설수 만들 일을 저지른 적 없었는가 알면서 행한 잘못은 보다 더 나쁘니라. 아니야 모르쇠면 매사가 통했으니 그렇게 살아오며 습관에 익숙했나 허영에 어두운 눈이 내일을 어찌보랴. -----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 현대시조 2024.01.23
종오소호(從吾所好) 종오소호(從吾所好) 이 만쯤 살았으니 남 눈치 보지 말세 평생을 맘 졸이며 아등바등 살았잖나 이제는 머뭇대지 말고 좋은 것을 찾아하세. 현대시조 2024.01.20
세월 세월 그때는 그랬었지 평생 젊을 줄 알고 노인들 바라보며 저렇게 늙을리야 억지를 부려봤어도 시간지나 닮은꼴. 백년은 너끈하게 탈 없이 살듯해서 철없이 지내다가 시간 감을 몰랐는데 어느새 하얀 세월이 머리위에 앉았네. 지난 날 돌아보며 앞으론 어찌될까 땅치고 발 굴러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화장실 거울 속에서 낯선 이를 보았어. - 2009년 쓴 글을 조금 고침 현대시조 2024.01.19
설야(雪夜) 설야(雪夜) 하늘땅 경계조차 소롯이 지워 놓고 빈자리 채워가는 점묘화의 흰빛은 우울쩍 그리워지는 수묵화 한폭이다. 어둠을 지운 자리 큰 비움 생긴 곳에 온 누리 하나 되는 흰빛이 채워지면 목이 긴 사슴 한 마리 어린 날을 그린다. 현대시조 2024.01.18
대춘(待春) 대춘(待春) 사위(四圍)가 된 바람에 사르르 지치는데 바람이 흘린 소식 저 혼자 들은 걸까 신이화(辛夷花) 새큰대더라 봉긋 솟아 있더라. 신이화: 목련꽃 꽃봉오리 현대시조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