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달팽이 평생을 힘들도록 밤낮을 걸었는데 뒤돌아 바라보니 아직도 꼬리 거기 그래도 후회는 안 해 앞에 꿈이 있거든. 그 염원 포기하면 내 삶은 여기가 끝 바라면 이뤄진대 언젠간 갈 수 있어 그래서 걷는 거란다 아직 꿈을 꾸기에. 현대시조 2023.10.19
발 (足) 발 (足) 순간도 싫다않고 말없이 따른 넌데 평소엔 관심밖에 멀찍이 지내다가 찬찬히 너를 보았다 그래 많이 늙었구나. 침대에 길게 누워 진솔(眞率)한 너를 보며 가슴이 뜨끔했다 너 없으면 어쨌을까 그래도 못 생겼더라 그간 고생 많았다. (병실에 누워 문득 발을 보고) 현대시조 2023.10.17
고향 고향 보고파 눈 감으면 언제나 그 자린데 눈뜨면 사라지는 아련한 그림 한 폭 처연(凄然)한 달그림자만 무심하게 어리고. 한걸음 다가서면 어느새 정겨운 곳 버선발 반기시던 울 엄마의 땀 냄새 그리워 눈을 감는다 생각하면 아지랑이. 현대시조 2023.10.16
두물머리 두물머리 긴 세월 그리움을 가슴에 품어 안고 갈래로 나뉘어서 기약없이 흐르다가 양수리, 이곳에 만나 황포돛배 띄웠네. 하나가 둘이 되고 둘 모여 셋 되는데 이곳에 다 달아서 둘이 만나 하나됐네 양수리, 그 정 기리어 느티나무 심었고. 하늘이 내린 자리 푸르른 물위에는 주인없는 나룻배의 황토 빛 물그림자 양수리, 지금 이곳에는 저문 해가 머문다. 현대시조 2023.10.12
정조대왕 능행차 정조대왕 능행차 뒤주에 갇혀죽은 아비를 그리면서 강 건너 산을 넘어 찾아가는 발걸음 수백년 걸어온 행차 지금도 이어진다. 창덕궁 문을 나서 배다리로 건넌 한강 호랑이 출몰하는 장승배기 숲을 지나 올라선 여우고개가 남태령이 되었고. 과천을 지나치니 수원 길 고개하나 걷다가 지친 걸음 점점 더 늘어질 때 왜 이리 늦는 것이냐 탄식하던 지지대(遲遲臺). 수원 땅 접어드니 화성(華城)이 장엄하다 그리듯 쌓은 성채 세계의 문화유산 육친을 사모하는 정 소롯하게 담겼다. 소나무 울울창창 고즈넉한 숲속에 융릉(隆陵)이 자리한 곳 통곡소리 들릴듯 효행은 천륜의 본(本)이라 외치고 싶었거늘. 2023년도 정조대왕 능행차는 10. 8 –9 거행됩니다. 올해 서울구간 코스는 시흥쪽입니다. 현대시조 2023.10.03
사도(思悼) 사도(思悼) 약하면 지느니라 아비의 마음이다 당파에 시달려온 자신을 닮을까봐 부모된 진정(眞情)하나로 강한 아들 원했다. 깊은 맘 모른 아들 외톨이 되어지고 오해로 굳어버린 부자의 슬픈 사연 캄캄한 뒤주 속에서 마지막 숨을 쉰다 . 폐 세자 죽은 자식 억울한 아비마음 ‘슬픔을 생각하라’ 시호(諡號)로 내린 ‘사도(思悼)’ 융건릉 한 귀퉁이에 서러움을 묻었다. -융건릉: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에 있는 조선시대 왕릉군(群), 융릉(隆陵)은 제21대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장조 의황제로 추존)와 혜경궁 홍씨(헌경의황후로 추존)의 합장묘. 건릉(健陵)은 사도세자의 아들 제22대 왕 정조(정조 선황제로 추존)와 효의왕후(효의선황후로 추존)가 함께 묻혔다. 수원의 진산이었던 화산(華山) 아래 조성된 능이라 하여 '화산.. 현대시조 2023.10.03
오일장 오일장 투박한 뚝배기에 설설 끓는 순대국 절반이 비계라도 거부감이 없는데 콤콤한 새우젓 더해 감칠맛을 더한다. 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 키고 막 된장 찍은 고추 곁들어 안주하면 하늘빛 내린 술잔에 시름 한점 떠간다. 현대시조 202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