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28

운명(運命)

운명(運命) (- 어느 장례식장에서)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숨 쉬면 사는 거고 멈추면 죽는 건데 찰라로 나뉘는 순간 그 경계는 어딜까. 평생을 안달하며 붙들고 살던 생명(生命) 죽음이 내친 후에 그 것은 어디 갔나 삶이란 산(生)자 가슴이 그리는 그림인가. 상상을 할 수 없는 영과 육의 분리(分離)에 동행할 수 없는 길을 생각이 뒤 따른다 죽음은 그런 것인가 남은 자의 탑(塔)쌓기. -생명(生命): 유기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살아 있는 상태

현대시조 2023.09.23

생선회

생선회 얼음판 위에 누워 눈빛을 반짝이다 술 고픈 사람들의 입맛을 달래주네 육보시(肉布施) 해탈(解脫)의 길이 바로 이것 아닌가. 살 벌려 탈피하고 뼈 발라 포를 뜬 후 점점이 잘라내니 지극(至極)한 고행(苦行)의 길 무소유(無所有) 어디까진가 어렵고 어려웁더라 . 가부좌(跏趺坐) 틀고 앉아 무념무상(無念無想) 이르니 술잔을 받쳐 들고 염(念)을 외는 중생(衆生)들 비워야 차는 거라며 사자후(獅子吼)를 외친다.

현대시조 2023.09.22

장승(長丞)

장승(長丞) 수십년 간구해도 이루지 못한 정성 오늘도 돌밥차려 젯상을 꾸며 봐도 비바람 맞아 썩은 머리 까치둥지 되었소. 남녀가 유별하면 정조차 멀어지나 마주 선 그 세월이 하 매나 오래인데 그리다 지친 내 모습 걸귀같이 변했네. 곁하고 자주 보면 없던 정도 드는데 지척의 저 여장군 한마디 말이 없네 무심한 조각장이는 이 내속을 모르리. 격강(隔江)은 천리(千里)라도 곁하고 있는 내게 정 없이 냉랭함은 그 무슨 심사일까 오늘도 부릅뜬 눈으로 억지 눈길 보낸다. 외사랑 주체 못해 악물고 버틴 세월 까치 똥 쌓인 몰골 이제 정을 끊으려니 설운 맘 둘 데 없어라 그만 누운 목장승. -격강천리(隔江千里):강을 사이에 둔 가까운 거리지만 오가기 불편하여 천리나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

현대시조 2023.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