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28

계로록(戒老錄) 베끼기

계로록(戒老錄) 베끼기 60에 들어서면 학벌(學閥) 별거 아니데 배우나 안 배우나 사는 지혜 차이 없어 어디서 아는 척 말게 욕먹기 십상이니. 70을 지나서니 마누라 눈 밖이여 있다가 안보여도 별로 관심 없나 봐 젊을 때 쌓은 공덕(?)을 이때가면 깨닫네. 80이 된후에는 돈이 전부 아니 여 있는 놈 없는 놈이 거기서 거기드만 죽을 때 돈 챙겨 가는 놈 아직 본적 없거든. 90을 넘고나면 어디에 있든 같아 산에 있는 놈이나 집에 있는 놈이나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네 있으나 마나하니. 백살을 넘었다면 없는 것이 더 나아 죽는 게 산 것보다 나을 때가 된 게야 이 나이 먹을 때까지 숨 쉬려고 하지 마. 이빨이 성성할 때 맛난 것 많이 먹고 걸을 수 있는 지금 열심히 쏘다니고 베풀 수 있는 기회 되면 좀스럽게..

현대시조 2023.08.27

낮술에 취하다

낮술에 취하다 ‘석잔(三盃)에 도통(道通)하고 한말(一斗)이면 합자연(合自然)’ 외치던 이태백(李太白)은 어디로 가셨는가 낮술에 취한 영혼만 시간 속을 헤맨다. 이백(李白)을 핑계 삼아 술잔을 기우려도 무언가 알듯 말듯 머리만 복잡하고 아브락 사스(Abraxas)의 부름은 들리지도 않더라.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 데미안 중에서

현대시조 2023.08.26

대관령 옛길 (내리막)

대관령 옛길 (내리막) 허공에 걸린 길을 나 홀로 걸어간다 솔바람 앞세우고 새소리 동무하니 뒤쫓는 발자국 소리는 숲속으로 숨는다. 강릉 땅 내려 보며 멈춰선 고갯마루 사임당 이길 가다 얼마나 울었을까 솔숲에 성근 하늘이 눈물방울 같구나. 반정(半程)을 지나서니 소롯한 주막하나 한양 길 과객들도 가던 걸음 멈췄는데 옹달샘 넘치는 물은 쉬임없이 흐르더라. (대관령 옛길: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 사이 고갯길. 정상해발고도 832m 신사임당: 율곡의 모친으로 강릉이 고향)

현대시조 2023.08.26

매창이 뜸에서

매창이 뜸에서 애타게 그리던 정(情) 소롯이 서려있는 매창 뜸 봉상(峯上)위에 쓸쓸함이 가득하고 흰배꽃(梨花) 여린 꽃잎이 비(雨)가 되어 내린다. 허공에 흩뿌리는 은백색 이화우(梨花雨)는 이별 설운 유희경의 북받친 심정일까 매창의 무덤가에는 잔설(殘雪)이 눈(雪)물 짓고. 애절한 그 인연도 끊긴지 오래인데 임 향한 연모(戀慕)의 정(情) 굳어진 그리움이 오석(烏石)을 쪼아낸 자리 알알이 박혔더라. * 매창이 뜸: 매창공원의 옛 이름 전북 부안군 부안읍 매창로 89에 있는 공원. 조선 중기의 기녀이자 시인인 이매창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 전라북도 기념물 제65호인 이매창 묘가 있다. * 매창: 조선조 기생. 본명은 이향금(李香今), 자는 천향(天香), 매창(梅窓)은 호이다. 계유년에 태어나 계생(癸生),..

현대시조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