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28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하얗게 익은 곶감 부연(附椽)끝에 달리면 감나무 가지마다 요란한 풍경(風磬)소리 까치가 태양을 물고 미리내를 건넌다. 솟구친 폭포수가 구름이 되어 지면 황금빛 고래들이 깊은 밤에 산을 타고 듬성한 대숲 속에서 하늘 쓰는 목장승(長栍). 답답한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오다 해우소 찾은 길에 비로소 대통(大通)하니 돌 벅수 득음(得音)한 소리 일체가 유심조(一切唯心造)라.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 벅수: 마을 어귀, 다리 또는 길가에 수호신으로 세운 사람 모양의 형상)

현대시조 2023.08.24

늙은 아부지의 마음

늙은 아부지의 마음 ‘야들아, 명절에는 내려올 생각마라’ 온종일 아부지는 밖을 내다보다가 기어코 지팡이 하나 골라서 짚으셨다. 찻길이 막힌다고 오지마라 했어도 행여나 저기 올까 멀리서 소리날까 한길 가 낡은 의자에 아부지가 앉았다. 힘없는 두 다리로 비틀비틀 거리며 먼 하늘 바라보다 돌아섰지 생각에 달빛이 괜히 슬프다 눈앞에 아지랑이. ( 아부지는 돌아가신지 오래 되었습니다.)

현대시조 2023.08.20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당신은 나라위해 무엇을 하였나요 부여된 의무조차 요령껏 회피하고 스스로 금수저라며 살아오지 않았나요. 누구는 테스 형을 목 놓아 부릅디다 세상이 왜 이래요 나라는 있는가요 본분을 망각한 자들이 설쳐대고 있는데. 입으론 고고(孤高)한척 사자후 외치면서 뒤 구린 행위들은 왜 이리 하는가요 철면피 하 많은 요즘 테스 형을 부릅니다.

현대시조 2023.08.19

아~ 8.18

아~ 8.18 허리가 잘린 아픔 골골이 맺힌 그 곳 무성한 미루나무 베려고 나선 그날 아수라(阿修羅) 휘두른 도끼에 젊은 목숨 잃었다. 진정을 몰라 하고 설쳐대는 아수라(阿修羅) 미친개 다스림에 몽둥이만 약일 뿐 평화는 힘을 길러야 지켜낼 수 있더라. ( 76. 8. 18 판문점에서 관측 시야를 방해하던 미루나무를 제거하던 미군과 우리 군인들에게 북한군이 도끼로 만행을 저질러 미군 장교 2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다쳤음. 당시 전쟁 즉발 분위기였는데 김일성이 사과하여 무마 됨)

현대시조 2023.08.18

한량은 이제 없다

한량은 이제 없다 세상을 내려 보는 감흥에 가슴 벅차 무소유 되 뇌이던 한량은 이제 없다 아귀(餓鬼)의 욕심 보채는 범부(凡夫)들만 넘치고. 연상의 기생 묘에 술잔을 올리면서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가' 백호(白湖)의 노래 소리가 이명으로 들린다. 십팔세 기생에게 정 주던 칠십 노객 풍류객 그 한량을 이제는 볼 수 없다 인생을 즐기는 여유 사라진지 오래라. 경포호 달 다섯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정 많던 한량님은 어디로 가셨는가 색안경 쓴 속물들이 계산속만 빠르니. 산고(産苦)의 아내부탁 까맣게 잊어먹고 금강산 구경 가서 일년 만에 돌아왔던 한량네 정수동님을 어디 가야 만날까. 수표교 자리 깔고 술통 괴고 앉아서 한잔은 술이요 또 한잔은 안주라며 두말 술 다 비워버린 그 한량을 볼 수 없다. 처용..

현대시조 2023.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