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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고양이 장난감

임기종 2015. 10. 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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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년 가을의 일이다.

  사이교 법사가 도다이사를 재건하기 위한 기부금을 모으려고  오슈로 내려갔는데, 가는 도중에 가마쿠라에 들러서 쇼군 요리토모를 배알했다.   요리토모는 크게 기뻐하며 사이교를 맞아 기나긴 가을밤을 와카와 무도 이야기로 지새웠다. 그 이튿날 사이교가 돌아가려고  할 때 요리토모는 깊숙이 보관해 두었던 은으로 만든 고양이 상을 주었다. 매우 진귀하고 훌륭한 작품이었다. 사이교는 은제 고양이를  받아 들고 밖으로  나왔는데 부근에서 놀던 아이들을 보자 서슴없이 말했다.

  "얘들아, 장난감을 갖고 싶지 않니?"

  "주세요! 주세요!"

  그는 달려온 아이들 손에 조금 전에 받은 고양이를 아무렇게나  던져 주고는 성큼성큼 가 버렸다.

  무소유.

  이 경지는 이론상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고누구나 이르고 싶어하는 지고의 세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막상 현실 생활에서는 정반대 방향으로밖에 걸어갈 수 없는 스스로의 모습에는 정이 떨어질 수밖에. 우리는 자나깨나 눈에 핏발을 세우고 '내 것' 만을 좇아 허둥지둥 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인색한 삶이다. 남들도 이렇게  인색한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다들 비슷비슷하게 마찬가지 모습으로 살고 있다.

  당시의 초고 권력자인 쇼군에게 받은 걸작 은제 고양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에게 주고 미련 없이 떠나가는  사이교의 뒷모습과, 하루하루 물질에 집착하면서 억척을 부리는 정나미 떨어지는 우리의 생활을 비교해 보자. 욕심을 툴툴 털어 버리고 빈손이 되어 가볍게 걸어가는 사이교에 비하면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비참한가. 스스로 돌이켜 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