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말의 어원 21

임기종 2016. 1. 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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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약과(藥果)

밀가루에 꿀과 기름을 섞어 지져서 과줄판에 박아 찍어낸 약과(藥果)는 제사에 쓰이는 다과이다. 그 맛이 달고 고소해서 누구나 즐겨 먹으며 그리 딱딱하지 않아서 노인들도 수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 정도면 약과`라는 표현은 어떤 일의 정도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거나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때 쓰는 말이다. `그 정도면 약과를 먹는 일처럼 수월하다`는 말이 줄어서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비슷한 말로는 `그 정도면 식은 죽먹기다`가 있다.출처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근사하다, 걸작

본디 `근사(近似)하다`는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와 비슷한 것을 말했다. 이 비슷한 대상물은 좋고 아름답고 바람직한 추상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근사한 것에 값어치를 부여하게 되어서 그럴싸하다는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근사하다`는 말과 거의 같은 시기에 쓰이기 시작한 말에 `걸작`이 있다. 이 또한 `근사하다`는 말과 같은 발상법에서 출발한 말이었다. `걸작`이란 본디 아주 훙륭하게 잘된 작품을 이르던 것인데, 그것은 동시에 남의 눈에 띄고 또 그만큼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존재였던 데서, 남의 눈에 띄게 재미나게 구는 사람을 이르게까지 되어 버렸던 것 아닌가 싶다.출처 :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

 

謹賀新年(근하신년)

우리 사회도 알고 보면 宇宙(우주)의 운행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運轉(운전)하고 있으며 그러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變貌(변모)를 거듭한다. 그래서 시대가 바뀌면 함께 바뀌는 것이 있게 된다.

지금은 달력이 홍보용으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선전을 위해 무료로 증정하기도 하며 쉽게 구할 수도 있다. 이제는 흔하다 못해 전자달력까지 출현한 상태이지만 약 30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달력 한 권 갖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주위의 친척 중에 버젓한 대기업에 다니는 분이라도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사야 했는데 그것도 6장짜리는 힘들고 석 달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는 4장짜리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영화배우들의 사진이 실려 있는 것이었다. 10여년 더 遡及(소급)하면 정말 달력이 귀했다. 자유당 시절에는 아예 달력을 나라에서 나눠주기도 했는데 12달이 한 장에 담긴 달력이었다. 그것도 대통령과 부통령의 사진이 좌우에 박혀있고 그 밑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아 리승만’ ‘리기붕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옛날 이야기다. 물론 그 때는 紀年檀紀(단기)로 표기했었다. 색 바랜 가족사진과 함께 시골 초가집 벽을 장식하는 유일한 예술품(?)이기도 했는데 1년 내내 붙어 있다보니 연말에 가면 파리 녀석이 실례도 하고 퇴색도 되어 날짜 구별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대체로 달력의 첫 장이나 年賀狀(연하장)에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謹賀新年.’ 그런데 이상하다? 이제는 한글로 적기도 하여 유치원생도 읽기는 읽는데 여전히 뜻은 알 수가 없어 곧잘 묻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강 얼버무리지 말고 정확하게 가르쳐 주자.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뜻이다. 줄여서 賀正이라고도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심정이야 東西古今에 다름이 있겠는가? 그래서 서양 사람들도 같은 내용의 인사를 주고받는다. 지난 한 해 돌아보면 참으로 어려운 일도 많았다. 우리 같은 서민들의 주름살은 또 얼마나 더 늘어났는가?

送舊迎新(송구영신·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함)도 물론 좋지만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서로 서로 축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새해에는 정말이지 뜻했던 바가 속이 후련하도록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특히 독자 여러분의 댁내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謹賀新年, 萬事如意!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출처 : 동아일보, 200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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