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이러니 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라는 뜻의 부사로 쓰이는 말이다. 구한말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고 나라를 빼앗기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황현의 『매천야록』에 보면 엄격한 가정의 윤리 도덕을 어그러뜨렸을 때 아비가 눈물을 머금고 그 자식에게 비밀리에 내렸던 `도모지(塗貌紙)`라는 사형(私刑)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글자 그대로 얼굴에 종이를 바른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자식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고 물을 묻힌 조선 종이, 즉 창호지를 얼굴에 몇 겹이고 착착 발라 놓으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종이가 물기가 말라감에 따라 서서히 숨조차 쉬지 못하게 되어 죽게 하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도무지`는 이런 끔찍한 형벌에서 비롯하여 전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도모지→도무지`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출처 : 우리말 유래 사전
도우미
우리 나라 대전에서 열렸던 세계 박람회(EXPO) 때 "일을 돕는 사람" 이란 뜻으로 도우미 란 말을 썼다는 것 기억하시죠 ? 그것이 호감을 얻어 모든 모임의 일 돕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봉사자(奉仕者)보다는 친근감이 가는 말이죠. 물론 이것은 새로이 만들어진 말입니다.
이 도우미를 "도움+이"로 된 말로 보면 이는 남녀 모두에게 쓸 수 있는 말로, 다만 적기를 "도우미" 로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디딤돌"과 같은 구조로 된 말로서 조어법(造語法)에도 맞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이를 "도우+미"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때의 풀이는 "일을 돕는 여자"입니다.
사실 엑스포 때 도우미는 다 여자였거든요. 그래서인지 "도우미"의 "미"를 한자 美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그것은 틀린 것입니다. 이 때의 미는 "어미(할미)"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출처 : 우리말배움터
도토리
‘도토리’는 원래 ‘떡갈나무’의 열매만을 가리키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상수리나무에 열리는 ‘상수리’까지도 ‘도토리’라고 불러서, 시골 사람들은 ‘상수리’와 ‘도토리’를 구분하지만, 도시 사람들은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도토리’는 언뜻 보아 그 깍정이가 도톨도톨해서 ‘도톨도톨’의 ‘도톨’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어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사람이 꽤나 많은 듯하다. 그러나 사실상 도토리는 나무에 달려 있을 때 도토리의 밑을 싸받치는 도토리 깍정이가 오돌도톨하지, 그 도토리 받침에서 나온 알맹이는 오히려 매끈매끈하다. ‘그 사람이 도토리 같다’고 하면 키가 작은 것을 연상하지만 오돌도톨해서 거친 듯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키는 작지만 깎은 듯이 세련된 인식을 준다. 도토리가 ‘도톨도톨하다’는 인식은 아마도 그 이름으로부터 민간어원설로 유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토리’는 『향약구급방』(1417년)이란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데, ‘저의율(猪矣栗)’로 나타난다. 이것은 한자를 빌려 쓴 차자 표기 형태인데, ‘저’(猪)는 오늘날의 ‘돼지’를 뜻하는 ‘돝’을, 그리고 ‘의’(矣)는 음으로 읽어서 속격 조사의 ‘-’나 ‘-의’를, 그리고 ‘율’(栗)은 그 뜻대로 ‘밤’을 표기한 것이어서, ‘저의율(猪矣栗)’은 ‘도밤’으로 해석된다. 그 뜻은 ‘돼지의 밤’이니 ‘돼지가 (즐겨 먹는) 밤’이란 뜻이다. 도토리는 다람쥐나 먹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어서 돼지가 도토리를 먹는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 “참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 멧돼지가 먹으면 멧돼지 것이고 다람쥐가 먹으면 다람쥐 것이다.”란 문장이 실려 있을 정도로 멧돼지가 즐겨 먹는 것 중의 하나가 ‘도토리’인 것이다. ‘멧돼지가 먹는 밤’이란 뜻으로 만들어진 ‘도밤’은 15세기에 ‘도토밤’과 ‘도톨왐’으로 나타난다.
시 四明ㅅ 누네 듧고 주으려 楢溪옛 도토바 주니라 (履穿四明飢拾楢溪橡) <두시언해(1481년)> 마다 도톨왐 주믈 나 조차 뇨니(歲拾橡栗隨狙公) <두시언해>
‘도토밤’이나 ‘도톨왐’에서 ‘밤’을 획인할 수 있고, 한문 원문의 ‘상율(橡栗)’에서도 ‘밤’이 확인된다. ‘도토밤’은 ‘도밤’의 변화형으로 보인다. 다른 어휘에도 그러한 변화가 보이기 때문이다. ‘명아주’를 뜻하는 ‘도랏, 도랏’이 ‘도토랏’으로도 나타나는 현상이 있어서 그러한 추정을 가능케 한다(‘토랏’도 ‘돝’과 연관될 것으로 추정된다).
도랏과 팟닙과 먹고 <삼강행실도(1471년)> 도토랏 막대 디퍼 뇨미<두시언해(1481년)>
그리고 ‘도토밤’이 ‘도톨왐’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밤’이 ‘’이 되고 이 ‘’이 ‘왐’으로 변화한 예는 음운론적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도토’에 ‘ㄹ’이 들어간 사실은 음운변화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도토밤’이 ‘도톨밤’으로 변화하면서 ‘도톨’이 다른 것에서 온 형태소라고 하기는 어렵다. ‘도토밤’은 ‘돼지의 밤’이란 뜻을 가져서 만들어진 것이고, ‘도톨밤’은 ‘도돝도톨한 밤’이란 뜻을 가져서 따로 만들어진 단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 하면 동일한 문헌인 『두시언해』의 초간본에서는 ‘도토밤’이었던 것이 중간본에서는 ‘도톨밤’으로 등장하는 예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시 四明ㅅ 누네 듧고 주으려 楢溪옛 도톨바 주으니라(履穿四明飢拾楢溪橡) <두시언해 중간본(1613년)>
'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의 어원 38 (0) | 2016.02.02 |
---|---|
우리말의 어원 37 (0) | 2016.02.01 |
우리말의 어원 35 (0) | 2016.01.28 |
우리말의 어원 34 (0) | 2016.01.27 |
우리말의 어원 33 (0) | 2016.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