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1. 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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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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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앞에서 / 전 석 종

 

제 운명 제가 지고

천수(天壽)를 기다린 염원(念願)

 

바람 앞 기울어져도

지나면 흔적(痕迹)지워

 

상처(傷處)난 가슴 들고도

탓 하잖는 품새이다

 

거센 바람 쓸려가도

울잖는 나무련데

 

잔 바람만 남아서

바람결에 대신 우는

 

부끄러 맘 못 둬 있는

가슴 속의 자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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