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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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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앞에서 / 전 석 종
제 운명 제가 지고
천수(天壽)를 기다린 염원(念願)
바람 앞 기울어져도
지나면 흔적(痕迹)지워
상처(傷處)난 가슴 들고도
탓 하잖는 품새이다
거센 바람 쓸려가도
울잖는 나무련데
잔 바람만 남아서
바람결에 대신 우는
부끄러 맘 못 둬 있는
가슴 속의 자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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