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1. 2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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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곰팡이-산책시1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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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섬진강 / 이 동 륜

 

더러는 화려한 탈출 줄줄이 남행이다

빈손에 바람 가득 신이 난 야반도주

덤으로 함께 가는 달 그 달빛에 젖어간다

 

멀다고 느껴질 땐 마음이 떠난거라고

한사코 밝혀가던 그리움의 긴 촉수(燭數)

은어는 어디 있을까, 새벽강이 잠을 잔다

 

흔들어 깨우기엔 손끝이 너무 시려

사름사름 물이 오른 수초만 더듬거리다

홀연히 놓쳐버렸네, 아득한 유년의 꿈

 

은어가 그랬듯이 다시금 돌아가며

잡아놓은 세월만큼 봇물()은 출렁이고

그 물에 떴다 잠겼다 어지러운 북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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