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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곰팡이-산책시1 – 이문재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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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섬진강 / 이 동 륜
더러는 화려한 탈출 줄줄이 남행이다
빈손에 바람 가득 신이 난 야반도주
덤으로 함께 가는 달 그 달빛에 젖어간다
멀다고 느껴질 땐 마음이 떠난거라고
한사코 밝혀가던 그리움의 긴 촉수(燭數)
은어는 어디 있을까, 새벽강이 잠을 잔다
흔들어 깨우기엔 손끝이 너무 시려
사름사름 물이 오른 수초만 더듬거리다
홀연히 놓쳐버렸네, 아득한 유년의 꿈
은어가 그랬듯이 다시금 돌아가며
잡아놓은 세월만큼 봇물(洑)은 출렁이고
그 물에 떴다 잠겼다 어지러운 북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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