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2. 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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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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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追億 김동직

 

안개 낀 뒷동산에 소쩍새 울어대고

달무리 붉게 타면 흉년이 들었다며

새벽녘 이슬을 털고 별을 줍던 그 시절.

 

초여름 보리밭에 풀물만 들여놓고

어머니 시집올 때 가마 타고 울었다며

길들인 가난을 접고 추억 속에 잠긴다.

 

땀내 난 마늘 한 접 십리 장터 이고 나와

어쩌다 고기 한칼 토방 위에 올린 날은

철이 든 자식들 앞에 허풍선이 약이었다.

 

상머리 주름잡던 그 생각을 들춰가며

돋보기 먼발치 지는 놀을 훑다가도

그래도 그때 그 시절 좋았노라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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