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감초(甘草) - 김명수 -
어느 건재약방 천장마다
황지봉투 속에 매달린 감초여
어느 약탕관, 약봉다리 속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감초여
오만한 노란색의 얼굴로
건방지게 들어 있는 감초 토막이여
단맛 하나로
오직 달콤한 맛 한가지로
이 세상 온갖 인간들의 병치레에
군림만 하려드는 감초여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사실은 비웃음인 줄 모르는 감초여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너를 칭송하는 말인 줄만 아는 감초여
네가 없어도, 네가 없어도
사실은 너끈하게
약봉다리가 약봉다리인 감초여
언제까지나
어느 약방 파리똥 앉은 천장마다
매달리려만 드는 감초여, 감초 토막이여.
--------------------------------------------
운주사(雲住寺) 안희두
갑갑한 먹구름이
휘어잡는 세월 뚫고
설레이는 가슴으로
운주 가는 천리길
무등산
염화미소 피었다
찰나의 꽃이라도
마주치는 탑마다
넘치는 독특한 맛
옹기종기 너설 아래
정겹게 웃는 불상
운주사
꿈꾸는 풍경에
질척이는 포근함
개벽이 열린다며
밤새 만든 천불천탑
미륵 세상 고요롬에
두려움이 앞섰을까
동자승
새벽닭 울음소리에
기이한 와불이여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3.07 |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3.06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3.02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2.27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