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4. 1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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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춘추>(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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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의 낙조 이태극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圓球)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 든다.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이나마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드니

 

아차차 채운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을 따라 웃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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