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춘추>(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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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의 낙조 이태극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 든다.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이나마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드니
아차차 채운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을 따라 웃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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