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4. 1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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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 나희덕 -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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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납자 (雲水衲子) 김사균

 

 

머뭄도 떠남이요

떠남도 머뭄이니

 

장바닥이 선()이고

푸줏간이 도량(道陽)일세

 

구름은

물빛에 스쳤을 뿐

머문 적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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