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4. 5. 08:05
728x90




구두 - 송찬호 -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 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오래 쓰다 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 보는 것이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1994)-

 

------------------------------------------


곡예사 김명호

 

일상을

건너야 할

보이지 않는 외줄타기

 

방심이

몸을 풀면

가늠 못할 늪인데

 

당기고

미는 줄 위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4.10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4.06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4.04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4.03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2017.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