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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고(歸故) -유치환-
검정 사포를 쓰고 똑딱선을 내리면
우리 고향의 선창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
양지 바른 뒷산 푸른 송백(松栢)을 끼고
남쪽으로 트인 하늘은 기빨처럼 다정하고
낯설은 신작로 옆대기를 들어가니
내가 트던 돌다리와 집들이
소리 높이 창가하고 돌아가던
저녁놀이 사라진 채 남아 있고
그 길을 찾아가면
우리 집은 유약국
행이불언(行而不言)하시는 아버지께선 어느덧
돋보기를 쓰시고 나의 절을 받으시고
헌 책력(冊曆)처럼 애정에 낡으신 어머님 옆에서
나는 끼고 온 신간(新刊)을 그림책인 양 보았소.
-<생명의 서>(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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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임금자
말이 없다
돌멩이를 던져도 웃는다
가을산을 불러놓고
아파트도 들여놓고
햇덩이 품어 안고도
잔잔한 가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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