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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정희성 -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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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메아리 박상문
깨끗한 산등서만
사는 산울림 메아리
새소리 물소리
천둥 소리 다 씹어 삼킨
큰 너덜
산울림 소리
우뇌(雨雷)잡는 메아리.
칙칙한 불투명 산속 까지
여과하는 메아리
깨끗한
산세(山勢)로 걸른
산울림만 먹는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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