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5.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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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성 -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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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메아리 박상문

 

 

깨끗한 산등서만

사는 산울림 메아리

 

새소리 물소리

천둥 소리 다 씹어 삼킨

 

큰 너덜

산울림 소리

우뇌(雨雷)잡는 메아리.

 

칙칙한 불투명 산속 까지

여과하는 메아리

 

깨끗한

산세(山勢)로 걸른

산울림만 먹는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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