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5. 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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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두진 -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

 

- 시집 <거미와 성좌>(1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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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그날 그 눈물맛

 

 

솔빛 청청한 산자락을 맑은 개울이 돌아흐르고

송이버섯같은 초가집이 무더기 무더기 놓이고

하회탈 빼닮은 얼굴들이 흰 옷 입고 살던 고을

 

대대로 하늘을 섬겨 뿌리 내린 터전인데

산은 등뼈가 튀고 강은 시름시름 앓아 누워

날짐승 길짐승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아아 이젠, 숭늉맛 그 구수한 타령에다

막걸리맛 텁텁한 토박이 사투리하며

눈물 맛 그 찝찌름한 속人情은 다 어디 갔나.

 

 

-나는 天生 허수아비라 -

허일 시조선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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