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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박두진 -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 시집 <거미와 성좌>(1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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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그날 그 눈물맛
솔빛 청청한 산자락을 맑은 개울이 돌아흐르고
송이버섯같은 초가집이 무더기 무더기 놓이고
하회탈 빼닮은 얼굴들이 흰 옷 입고 살던 고을
대대로 하늘을 섬겨 뿌리 내린 터전인데
산은 등뼈가 튀고 강은 시름시름 앓아 누워
날짐승 길짐승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아아 이젠, 숭늉맛 그 구수한 타령에다
막걸리맛 텁텁한 토박이 사투리하며
눈물 맛 그 찝찌름한 속人情은 다 어디 갔나.
-나는 天生 허수아비라 -
허일 시조선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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