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시조 1수

임기종 2017. 5. 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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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덤불 - 신석정 -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그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

 

-<신문학>(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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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목소리 박재삼

 

 

내 귀가 열렸다면 몇겁을 통하여야

들릴까 그대 목소리, 기다리던 봄이다마는

저승은 따로 없어라 눈에 덮힌 이 강산!

 

설움이 다 망하면 오히려 잃을 것 없고

이런 날 스스로이 내 가슴 울어지는

그 속에 그대 목소리 눈 내리듯 잠겼네

 

하늘 빛 뒤엔 아직 보이는 것 별로 없고

몸 하나 마음 하나 깃을 떠는 나날을

동백꽃 짙은 그늘엔 하늘소리 새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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